픽업트럭 족보 ⑤ — 사설 개조 짐차에서 미국의 상징으로, 그리고 전기 픽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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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은 1910~1920년대 농부와 상인들이 포드 모델 T의 뒷좌석을 떼고 나무 화물함을 얹은 사설 개조에서 출발했다. 1948년 트럭 전용 설계의 포드 F-시리즈가 등장하고 1980년대 크루 캡과 고급 사양 경쟁이 붙으면서 작업차가 패밀리카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쌍용차의 무쏘 스포츠 계보가 레저용 트럭 시장을 열었고, 지금은 사다리꼴 프레임의 구조적 이점을 살린 전기 픽업이 경쟁 무대가 됐다.
캐빈 뒤에 개방형 짐칸을 얹은 픽업트럭의 기원은 포드 모델 T 시절로 올라간다. 포드가 먼저 만든 차종은 아니었다. 농부와 상인들이 모델 T의 뒷좌석을 뜯어내고 나무 화물함을 짜 얹어 짐을 싣고 다니자, 이를 지켜본 포드가 개발에 나섰다. 헨리 포드는 1925년 공장에서 강철 적재함을 얹어 완성차로 내놓는 '모델 T 런어바웃'을 카탈로그에 올렸고, '물건을 집어 올린다'는 말에서 온 차종명이 이때 공식화됐다. 초기에는 승용차 뼈대를 공유했고,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용 트럭 기술이 더해졌다. 승용차 부품을 쓰지 않고 트럭만을 위해 처음부터 새로 설계한 차는 1948년 포드 F-시리즈(F-1)였다.
1970년대까지 픽업트럭은 2도어 레귤러 캡에 벤치 시트 하나, 내장재는 쇠붙이가 드러난 작업차였다. 전환점은 1980년대다. 포드의 독주에 GM의 쉐보레 C/K 시리즈와 크라이슬러의 닷지 램이 가세하며 고급화·효율화 경쟁이 붙었고, 최대 6인이 타는 4도어 크루 캡이 대중화됐다. 독립 현가장치와 고급 오디오, 가죽 시트가 들어가면서 주중에는 작업차, 주말에는 보트와 캠핑 트레일러를 끄는 패밀리카가 됐다. F-150과 실버라도, 램 1500 등 풀사이즈 픽업은 40년 넘게 미국 판매 1~3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은 궤적이 달랐다. 1970~1980년대 현대 포니 픽업과 기아 브리사 픽업 같은 소형 승용 기반 픽업이 쓰였지만, 1990년대 현대 포터 등 1톤 캡오버 트럭이 시장을 장악하며 승용형 픽업은 사라졌다. 끊긴 맥을 레저용 트럭(SUT) 개념으로 되살린 쪽은 쌍용차(현 KG 모빌리티)다. 2002년 무쏘 스포츠에서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로 이어졌다. 수요는 작업용보다 화물차 분류에 따른 세제 혜택(연간 자동차세 2만 8,500원)과 레저·캠핑 쪽이 많았다. 지금은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에 기아의 첫 바디 온 프레임 픽업 타스만까지 더해졌다.
전동화에서도 픽업은 유리한 구조다. 사다리꼴 프레임은 바닥에 100~200kWh급 대용량 배터리를 얹기에 적합하고,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최대 토크는 견인과 맞물린다. 차량 전력을 외부로 뽑아 공사 현장이나 캠핑장에서 전동 공구를 쓰는 V2L은 픽업을 이동형 발전기로 만든다. 포드 F-150 라이트닝, 테슬라 사이버트럭, 리비안 R1T, GMC 허머 EV 등 수백에서 1000마력대 전기 픽업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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