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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밴 족보 ③ — 1984년 크라이슬러가 연 공간 혁명, 카니발과 전기 MPV로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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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현대적 승용 미니밴은 1984년 크라이슬러가 K-카 플랫폼 기반의 플리머스 보이저와 닷지 캐러밴을 내놓으면서 본격화됐다. 북미에서는 2000년대 이후 3열 SUV에 밀려 틈새 세그먼트로 축소됐지만, 한국에서는 1998년 등장한 기아 카니발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에는 쇼퍼드리븐 라운지형 모델과 전기 MPV가 등장하며 미니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니밴의 원형으로는 1950년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타입 2)나 1930년대 스카라브 같은 원박스 모델이 거론되지만, 현대적인 승용 미니밴의 출발점은 1984년이다. 파산 위기에 몰렸던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 회장은 승용 K-카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륜구동 미니밴 플리머스 보이저와 닷지 캐러밴을 내놨다. 길어서 주차가 어려운 풀사이즈 왜건과 승차감이 거칠고 차고에 들어가지 않는 트럭 기반 밴 사이를 파고든 차였다. 전륜구동이 만든 평평한 바닥, 일반 차고에 들어가는 전고, 좁은 주차 공간에서 아이들이 타고 내리기 쉬운 측면 슬라이딩 도어가 조합됐다.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는 르노가 마트라와 함께 에스파스를 내놓으며 모노스페이스 MPV 붐을 일으켰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미니밴은 북미 중산층 가정의 상징이었다. '사커 맘'이라는 신조어가 나왔고, 포드 윈드스타·쉐보레 아스트로에 이어 북미 전용으로 커진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가 가세하며 연간 100만 대가 넘는 시장이 됐다. 3열 시트를 바닥 아래로 접어 넣는 싱킹 기능과 천장 접이식 모니터도 이 시기 미니밴을 통해 대중화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디자인과 개성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 '지루한 차'라는 인식이 붙었고, 소비자들이 도심형 3열 SUV로 옮겨가면서 북미 미니밴 시장은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혼다 오딧세이, 토요타 시에나, 기아 카니발 정도만 남은 틈새 영역으로 줄었다.

한국은 궤적이 달랐다. 1997년 부도 유예 협약과 법정관리, 외환위기까지 겹친 기아가 1998년 1월 카니발을 내놨다. 보닛이 돌출된 세미보닛 승용 설계로 캡오버형 승합차의 충돌 취약성을 덜어냈고, 디젤·LPG의 낮은 연료비와 9인승 승합차 세제 혜택,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진입 혜택이 더해지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현대차 트라제 XG(1999년), 쌍용차 로디우스(2004년)가 도전했으나 이어가지 못했다. 카니발은 세대를 거치며 2열 컴포트 시트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더해 의전차 시장까지 넓혔고, SUV가 주류가 된 지금도 국산차 판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최근 미니밴은 전동화와 하이엔드 수요를 타고 다시 부각되고 있다. 토요타 알파드와 렉서스 LM은 독립식 오토만 시트와 대형 파티션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아시아 의전 시장에서 품귀를 빚고 있고, 중국과 유럽 제조사들은 1회 충전 700km 이상을 내세운 초호화 전기 MPV를 내놓고 있다. 평평하고 넓은 실내를 확보하기 쉬운 스케이트보드 전기차 플랫폼은 미니밴의 공간 활용과 잘 맞는 구조다. 운전자 입장에서 미니밴 선택지는 가족용 패밀리카 한 축에서 전동화·라운지형 모델까지 넓어지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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